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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먼저고, 물질은 필수다
의정부 천상병예술제에서 그 상태 분별이 없다 한다. 옳고 그름도, 선과 악도 높고 낮음도, 크고 작음도 원함도 원치않음도 결국 분별은 모두가 이 상태를 표현하는 말(言)일 뿐이다. 스트레스와 고민, 괴로움, 두려움조차도 모두가 말에서 일어나서 말로 드러눕게된다. 사실 그 상태는 말이 필요없는 곳 그러니 말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자유롭다한다. 육신은 허망한 꿈이고 마음만이 점으로 남는다 한다. 어느곳, 어느때 걸릴게 없이 자유자재를 만끽할 수 있다. 아니 행복감, 자유로움으로 표현하기가 부족할 정도의 존재감의 폭발 그 자체인 그 상태. ----------- 작년 10월 7일에 썼던 글
눈을 뜨고 방을 둘러본다 매일 보고 만지고 자던 내 방이랑 똑같군 무슨 꿈을 꾸었더라~ 역시 그 기억이 가물가물 꿈에선 이 기억이 가물가물 어찌됐건 꿈속생활도 눈뜬생활도 다 내 생활이다 매일 하얀 딥키스하는 칫솔 매일 미끄덩 애무하는 보습비누 매일 딸깍 사정하는 열쇠 안부묻는 배나무밭과 산등성이 호박꽃, 나팔꽃, 엉겅퀴, 가지들이 사열한 폭신하게 산책하듯 출근하는 아침길 오늘도 나나 너희들이나 새롭겠구나 어디선가 백로 한 마리 내 하늘에 날아든다 윙크로 한 프레임 찰칵! 무한메모리에 기록 어제 내일과 똑같지만 또다른 오늘 반복아닌 거듭이다 - 출근하며 -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은데 미치지 않아서 사랑을 못 하나보다. 미치도록 미치고 싶다면 이미 미쳐있어야 하는데 미치지 않을걸 보니 아직 미친 건 아닌가보다 허기사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미친 놈을 사랑하겠어. 미친 나를 사랑한다며 미친 것이 미칠듯이 달려들면 그것도 미칠 노릇이겠네. 미친 듯이 미친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수밖에 -너무나 미치지 않아 미칠 지경인 오후-
심산유곡 계곡에 앉아 차 한 잔에 세상시름 녹여마시면 선끼 도시의 은밀한 지하룸에서 계곡주에 스트레스 녹여마시면 천끼 이 둘이 분별되지 않으면 선끼 이 둘다 부럽고 화가나면 천끼 -수안스님과 대화한 다음날-
과학은 대단하다. 그러나 과학을 머리에 가둬놓지 않겠다. 예술은 아름답다. 그러나 예술을 두 눈에 가둬놓지 않겠다. 자연은 광활하다. 그러나 자연을 손발아래에 가둬놓지 않겠다. 우주는 무한하다. 그러나 우주를 책속에 가둬놓지 않겠다. 신은 전능하다. 그러나 신을 가슴에 가둬놓지 않겠다. 영혼은 신비롭다. 그러나 영혼을 육신에 가둬놓지 않겠다. 이런 나는 참으로 위대하다. 그러나 나야말로 정녕 어리석다.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영상다큐멘터리를 보며 -
열심히~ 부지런히~ 큰 일꾼! 큰 사발! 보통 다들 이렇게 살려고 한다. 근데 랍쇼는 개인적으로 이게 싫다.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을 비아냥대는 건 아니다. 각자마다 삶의 지향과 가치는 다양하고 알토란같은 엑기스 광고카피인데다가 좌우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의 자세를 요약한 말로 통용되고 있으니 비아냥 댈 것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역사적으로, 경험적으로 증명도 되었으리라. 귀찮거나 게을러서 이기도 하겠지만 근데 다만 랍쇼는 그렇게 살기 싫다. 탱자탱자 뒹굴뒹굴 놀면서 유유자적 세상근심없이 사는거랑 열심히~ 부지런히~에 담긴 뉘앙스가 반대로 대치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흘리는 땀의 양과 행복, 보람의 양이 비례등치가 아닌 것 같다. 열심히~부지런히~란 말 안에는 진정 간절히 원하면...이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