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고, 물질은 필수다
1. 장인정신은 예술작가나 인간문화재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반 생활인에게도 필요한 정신이다. 캔버스 한 폭, 한옥집 한 채, 도자기 한 점, 병풍 한 점을 만드는 일이나 기획서/견적서 작성, 클라이언트 미팅, 짜장면배달, 구두수선, 과일판매가 결코 질이나 수준, 차원이 다른 일이 아니다. 서로 딴 행성이 아닌 이상 자연과 우주의 모습을 닮은 사람이 하는 모든 경험은 그 안에서 똑같이 자연과 우주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세심한 발견은 바로 자기 자신이 발견해야만 하는게 문제지 누가 대신 찾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사실 그 경험과 자각을 하려고 계속 육체를 안고 태어나는 것일테고.. 자기에게 주어진(사실 자신이 설정한) 환경을 탓하며 안주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고 남의 길을 흉내내고 남의 것을 ..
연애를 할 때는 그랬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했었고 24시간 한 사람만 생각나고 스스로가 유치할 정도로 코메디언이 됐었다. 이별을 했을 때는 그랬다. 모든 노래가사가 내 얘기 같았고 천근만근 한 숨만 나오고 남들은 이해 못 할 비련의 주인공이 됐었다. 그런데 연애중도 이별후도 아닌 요즘 랍쇼는 배우보다 더 리얼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 모습이 비친 거울같고 읽는 책마다 내 생각들을 대신 적어논 일기같고 보는 영화마다 내 일상들을 훔쳐다 만든 앨범같고 먹는 음식들마다 내 마음 속 초원농장같다. 그것도 딱 알맞은 때에 딱 알맞게
글은 내 의식의 거울 그림은 내 소망의 거울 사진은 내 시선의 거울 말은 내 마음의 거울 내 영혼의 전설을 그리워한 나머지 사막이 바다였을 때로 돌아가 거울의 뒷모습마저 자유로와지리라
너를 바라보는 내가 있다. 나를 바라보는 너가 있다. 그리고 너와 나를 바라보는 우리가 있다. 나로부터 우리가 생기고 너로 인해 우리가 되고 우리로서 우리는 비로소 하나로 닿는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각 꼭지점이기에 서로 밀고당겨야 완전히 비워진다. 그게 바로 '나'다.
글을 썼다가 지운다. 하찮다. 그림을 그릴려다가 관둔다. 귀찮다. 카메라는 가방에 며칠 묵히고 있다. 지겹다. 기획서를 틈틈히 쓴다. 쓸만하다. 도선이와 필담을 간간히 나눈다. 나눌만하다. TV판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몇 편씩 본다. 볼 만하다. 매주 로또를 꼭 한 게임씩 산다. 끈질기다. 매일낮 명상수련을 중구난방으로 한다. 얌체같다. 매일밤 의념실험을 의무적으로 한다. 기대된다. 하루하루가 파도타기 같다. 울렁울렁 내 宇宙지붕에 먼지만 쌓인다. 쿨럭쿨럭 이번 생에 끝내고 싶다. 알송달송
어디든 그렇겠지만 화천엔 눈을 돌리는 곳마다 나무와 산이 있다. 오늘도 출근하는 동안 수천억만그루의 나무를 보았다. 모두 제각기이지만 동시에 모두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사람인 우리도 마찬가지같다. 모두 제각기이지만 동시에 모두 행복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근데 자라면서 뻗고있음에 착목하기보다는 자신의 키나 굵기, 색깔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바람에 사방팔방 펄럭이는 생각이라는 이름의 나무가지와 잎사귀가 자신의 전부인양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한다. 그러나 생각은 나를 규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생각과 언어 이전의 나를 그 좁은 생각 안에만 가둬놓으려고 한다. 고민과 걱정, 스트레스의 주범은 바로 이 놈의 생각인게 확실하다. 1분만이라도 생각을 멈춰보려 한다. 컵라면 기다리는 시간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