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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세쿼이아 대작전

어랍쇼 2004. 9. 6. 23:49

세쿼이아 대작전



[上 ]

  오늘은 내가 두 달 동안 지켜보던 그녀에게 용기내어 작업들어갈 운명의 날이다.

  그녀는 내가 일하는 카센터 앞 미용실에 견습생으로 들어온 미스차다.

미스차는 귀여운 얼굴에 귀여운 패션, 귀여운 헤어스타일로 첫눈에 나에게 어필했다.

특히 입가의 미소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또한 두 눈엔 오렌지가 담긴 듯 늘 상큼함이 넘실거렸다.

나는 첫 눈에 반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소심한 놈이라서 두 달동안 너무도 괴로웠다.

고백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남들 다 하는 평범한 데이트 신청은 싫었고

그녀만을 위한 기억에 남는 대시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자동차 드렁크에 풍선과 한아름의 꽃을 담아 프로포즈하려고도 했지만

너무 유치한 것 같았고 기름때 묻은 차돌이라며 거절할 것도 같았다.


 

‘영화표 두 장이 생겼다고 하면서 접근해볼까? 아니야 미스차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어!

그럼 매일같이 머리를 자를까? 아니야, 너무 속보여. 머리카락이 남아나지도 않겠다. 돈도 없고...

나원참 어떻게 하면 미스차를 내 여자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


  매일같이 길 건너 그녀만 바라보며 자동차바퀴의 볼트를 설렁설렁 조이면서 작전계획을 세우고 세우고 또 세웠다.

  그러나 하나같이 다 이미 식상한 것들 뿐이었다. 뭔가 그녀만을 위한 세심한 배려의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러다 지난 일주일 전 놀랍게도 그녀가 우리 카센터를 방문하는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

가슴이 너무 천국같아서 하느님이라도 믿고 싶을 정도였다.

  물론 내게 볼 일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원장아줌마의 심부름으로 워셔액을 얻으러 온 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내가 수리하고 있던 크라이슬러의 체로키에 관심을 보였다.

긴장했지만 왠지 주눅들어 보이고 싶진 않았다.

“어머, 이 차 이쁘다~. 이거 외제차죠?

“아, 예...크라이슬러에서 만든 체로키예요. 멋진 놈이죠.”

  이거다 싶었다. 언뜻 미용실을 보니 손님도 없었다.

“짚차아시죠? 그 놈이 바로 이 체로키예요. 체로키는 4륜구동인데요. 그래서 힘이 아주 세죠.”

“...”

  그녀는 내 말을 듣는둥 마는둥 차 내부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뻔한 얘기였다.

“한 번 타보실래요?”

  그녀가 환한 눈망울을 내게 보였다. 역시 사랑스러웠다.

  그녀를 운전석에 태우고 난 조수석에 앉았다.

“체로키는 이 차 이름이기도 하지만 북아메리카의 애팔래치아산맥 남부에 거주하는 인디언족의 이름이기도 하죠.”

  체로키의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시늉만 하던 그녀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기름때묻은 놈이 의외로 별걸 다 안다는 눈빛이었다.

“체로키족에겐 문자가 있는데요 세쿼이아라는 혼혈 추장이 그 문자를 만들었죠.

그래서 북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문자를 가진 인디언이기도 해요.”

“아..예...대단한 인디언이네요.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핸들을 멈춘 그녀는 처음으로 내 말에 반응해주었다.

“예, 전 태오라고 해요. 전태오. 성이 전씨죠. 헤헤”

“전 차지희. 미스차라고 부르셔도 되요. 근데요 전씨아저씨, 저 드라이브 시켜주실 수 있어요?”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데이트 신청을 오히려 미스차에게 받게 되다니 이 순간 내 심장은 지구의 중력을 처음으로 느꼈다.

“예. 기꺼이! 근데 지금...이요? 지금은 좀...”

“아뇨, 저도 지금은 안되고요. 이번 주말에요. 그 때 이 차로 가능할까요?”

“예. 좋아요. 마침 차주가 월요일날 찾으러 온다고 했거든요. 잘 됐네요.”

  서로 드라이브 약속을 하고 차에서 내린 그녀는 내게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엇박자 걸음으로 콩콩거리며

미용실까지 발랄하게 길을 건너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녀가 약간 절름발이라는 것을 알았다. 병때문인지 사고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상관없었다.

다만 지금 이 순간 그녀로 인해 내 가슴에 울리는 공명의 여운을 기억하려 애쓰고 있을 뿐이었다.

  내 체로키같은 두 다리도 후들거리고 있었다.

“아차, 저기요 지희씨! 근데 저 아저씨 아니거든요!”

  내 말이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미용실문을 들어가기 전 그녀는 내게 한 손을 흔들어주었다.

  약속 이후 나는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리는 빵꾸난 바퀴같았고 손은 유압풀린 브레이크같았다.

퇴근 후 PC방 가서 데이트하는 법에 대해서 검색도 해보고 주말에 데이트하기 좋은 곳도 찾아봤다.

카센터 친구들에게 유명한 드라이브명소도 수소문해보았다.



  드디어 결전의 D-DAY. 작전명 세쿼이아.

  그 동안 체로키의 세쿼이아추장처럼 내게도 사랑의 자모음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세상에서 유일한 미스차의 연인이 되고 싶었다.

작전은 이렇다.

  먼저 일부러 차량정체가 심한 시내를 운전하다가 그녀가 답답해할 즈음에 외곽 드라이브코스를 권한다.

그러면서 체로키의 4륜구동 원리와 짚차의 컨셉인 야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유도하는 것이다.

정식 오프로드코스는 아니지만 시내에서 1시간 거리에 아직 미포장된 시골길이 하나 있는데

차량도 거의 드물 뿐더러 나의 세쿼이아작전에는 안성맞춤인 코스였다.

이번 세쿼이아작전의 핵심은 못말리는 진동과 충격이다.

  진흙과 자갈밭의 오프로드를 정신없이 달리는 동안 그녀는 힘들겠지만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스릴과 몸으로 전해오는 역동성은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30여분간의 롤러코스트같은 오프로드길이 끝나면 조용한 시골마을이 나오는데 그 곳 언덕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함께 산들바람의 목소리를 눈감고 듣는다.

그리고 준비해 둔 꽃다발을 건네며 고백을 하는 것이 세쿼이아 대작전의 휘날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인가, 체로키족 세쿼이아추장도 어쩔 수 없었던 부족생존의 시련처럼

나에게도 먼지없이 조용히 달려오는 버팔로처럼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을 줄이야...


[下 ]

  오늘 아침에는 기름때와 기름냄새를 말끔히 제거하려 대중목욕탕에서도 두어시간 보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목욕탕의 스킨과 로션을 거들떠 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던 로션셋트를 CF모델이양 파편을 튀기며 얼굴에 듬뿍 발랐다.

  어제 저녁 의류시장에서 두어시간 돌며 산 캐주얼 한 벌을 비키니옷장에서 조심히 꺼내 입었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새 옷이었다.

  가끔 조깅할 때 신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 주제가가 휘파람으로 절로 나왔다.

  약속장소인 카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체로키의 상태를 다시 점검했다. 방향제도 뿌리고 내부청소도 깔끔했다.

내일찾으러 올 차주도 분명 만족할 상태였다.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졌다. 안 오면 어쩌나 걱정할 찰나에 멀리서 그녀가 보였다.

먼 거리였지만 나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살짝 엇박자로 콩콩거리며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내 심장박동과 비슷한 리듬이었다.

정식 데이트라 생각지 않은 지희씨는 평소차림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다가와 평소처럼 귀여운 미소로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아저씨. 벌써 나와 계셨네요.”

“예, 안녕하세요. 지희씨.”

가벼운 목례와 함께 내 오른손은 뒤통수를 긁고 있었다.



나는 바로 조수석 차문을 열어주며 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려 했지만 그녀는 살짝 눈미소로 사양하면서 스스로 조수석에 앉았다.

찰랑거리는 자동차를 꼽고 시동을 걸었다. 내게 긴장을 풀라는 듯 엔진소리가 묵직히 들렸다.

예상대로 시내는 휴일날 외출을 나온 가족차량들과 일요일을 잊은 영업차량들로 정체되고 있었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한 신호등의 직전신호는 순조로운 세쿼이아작전의 청신호같았다.



“차가 많이 막히네요.”

“일요일이라서 그런가봐요. 노는 날엔 그냥 집에만 있어봐서 잘 몰랐는데 일요일에도 다들 바쁘네요.”

“지루하세요? 음악 틀어드릴까요?”

“괜찮아요. 지루하긴요. 오랜만의 외출이라서 기분 아주 좋아요. 달리면 더욱 좋겠지만...”



신호등은 다시 빨간색으로 깜박거리고 있었다.



“근데 다리가 조금 불편하신것 같던데 어쩌다......말씀하기 싫으면 안해주셔도 돼요.미안해요”

“아니예요. 제가 좀 절죠? 그래도 생활하는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어요.”



그녀의 낭낭한 대답은 정말 편하게 들렸다. 차량정체로 인해 오히려 브레이크와 악셀레이터를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던 내 다리가 불편했다.



“고등학교 때 가벼운 뺑소니를 당했어요. 짚차였는데 이렇게 고급스런 외제차는 아니었던거 같아요.”

“...”



나는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연습해둔 4륜구동 짚차의 야성적 매력에 대한 멋드러진 멘트들도 꺼내지 못했다.

빵! 빵! 빵!

교차로 여기저기서는 자동차 배기량을 으시대며 서로를 시기하는양 경적소리로 할퀴고 있었다.



“외곽에 제가 잘 아는 시골길이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거기로 갈까요? 거긴 산길이라서 조용하고요,

아주 울퉁불퉁해서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청룡열차 타는 기분일텐데.”

“와! 재밌겠다.”

그녀의 짧고 갑작스런 긍정의 감탄사는 복권당첨 빵빠레 같았다.

작전대로 너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어 기뻤지만 왠지모를 불안의 씨앗이 심어졌다.

작전상의 첫 번째 샛길이 나오자 바로 우회전을 하여 작전지로 선회했다.



  1시간 조금 못 되어 오프로드 코스 초입에 도착하는 동안 각자 일하는 미용실과 카센터 생활들에 대해서 간간히 대화를 하면서 왔다.

작전대로 짚차와 오프로드의 매력에 대해서는 설명 못했지만 서로의 사회생활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4륜모드로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를 시작하면서부터 지희씨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연신 환호를 외쳐댔다.



“힘들지 않아요? 힘들면 말씀하세요 조금 천천히 달릴께요.”

“와! 에구! 너무 재밌어요! 오빠달려~”

한 손으로는 차창 위 손잡이를 잡고 겨우 몸의 균형을 잡고 있으면서도 즐거워하는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는 헝클어지는 머리카락을 주기적으로 쓸어넘기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향기가 더 가까이 느껴졌다. 환호하는 그녀의 귀여운 입술이 왠지 섹시해보였다.

 경사도가 높지 않은 산길이었지만 중간쯤 도착하니 산그늘로 인해 다 마르지 않은 진흙구덩이가 곳곳에 눈에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적전상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버렸다.

지희씨에게 더욱 재미를 주려고 길에 박힌 바위를 타 넘으려다가 그만 바위 너머에 고여있었던 깊은 진흙구덩이에 바퀴가 빠져버린 것이었다.

  지희씨를 안심시키고 그대로 앉아있으라고 한 뒤 차에서 내렸다. 상태를 둘러보니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동안의 경험들을 살려 나뭇가지를 바퀴밑에 받쳐보기도 하고 자갈들을 진흙구덩이에 넣어보기도 했지만 체로키는 꼼짝을 못하고 헛바퀴를 돌렸댔다.

배기량 3700cc짜리 네바퀴 장사도 교묘하게도 빠진 이 구덩이에서는 20여분째 힘을 못 쓰고 있었다.

시내에서 4륜구동의 강력한 파워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 안 한게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됐다.

나의 차가 아니라서 차체와 성능에 무리를 주는 더 이상의 시도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몇 시간만 몰래 드라이브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연료도 가득 채우지 않은 상태였다.

 작전은 여기서 포기하고 할 수없이 렉카를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걸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나무가 많은 산길이라서 핸드폰도 불통이었다.

얼마전 TV에서 과학자들이 몇 년간 연구를 하여 전자파차단의 물질을 힘들게 발견했는데 의외로 그 연구결과가 나뭇잎이었다는 토픽뉴스가 기억났다.

나는 난처한 이 상황만 신경쓰느라 지희씨를 생각 못 하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뭐라 변명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그녀는 언제부터인지 산길구석의 넓다란 바위를 찾아 앉아서 태연히 나무와 야생화들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었다.



“지희씨, 이를 어쩌죠? 이럴려고 여기 온게 아니었는데...”

“산에 사는 나무들은 가로수처럼 이발 안 해도 되니 좋겠다.”

“에, 뭐라고요?”

“저는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아저씨도 잠깐 여기 앉아서 쉬었다가 생각해보면 방법이 생길거예요.”



그녀는 진흙이 튀고 땀으로 범벅이 된 나의 새 옷과 얼굴을 직접 손으로 훑어주면서 바위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녀는 일어나 산길가운데 서서 두 팔을 하늘로 뻗은 채로 웃으면서 연신 야호를 외쳤다.

소심한 성격의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오랜만에 즐거운 산행을 온 것처럼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그녀의 옷과 구두에도 진흙이 범벅되고 있었다.

앉아서 즐거워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해보니 시내에 있는 렉카를 불러오려면 이곳에서 직접 걸어내려가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길이 최선인 것 같았다.



“지희씨, 핸드폰이 가능한 초입까지 뛰어갔다가 전화하고 바로 다시 달려올께요. 30분정도 걸릴 거예요.

그러니 조금만 혼자서 기다려주실 수 있겠어요? 그리고 기다리시는 동안 생각해주실래요?”

“뭘요?”



그리고 차안에 몰래 감춰두었던 장미꽃다발을 찾아와 조심스레 건넸다.



“저 사실은...어떻게 생각하셔도 좋은데요. 저 사실은...지희씨를 처음 본 한 달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어요.

오늘 이렇게 불편하게 해드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멋지게 프러포즈할려고 했는데....맘처럼 잘 안돼네요.

그냥 제 마음이라 생각하시고 받아주세요. 부담갖지 마시고요. 안 받아주신다면 할 수 없고요...본의아니게 죄송하네요.”



그녀는 꽃다발을 받으며 미소로만 대답을 대신했다. 승낙인지 거절인지 가늠을 못한 나는 더더욱 의기소침해졌다. 

암수 서로 정다운 꾀꼬리 한 쌍이 훨훨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아저씨, 저쪽 길로 가면 시골마을이 나온다고 했죠? 우리 그냥 마을까지 걸어서 가요. 전화는 거기서 하고요. 시골마을 구경하고 싶어요.”


말 끝나자마자 그녀는 내 손목을 잡아챘다.


“아참 아저씨, 그리고 우리 맨발로 가요.”


얼떨결에 나는 그녀가 시키는대로 진흙범벅이 된 체로키 바퀴 옆에 그녀와 나란히 신발을 벗어놓았다.

나는 그녀의 보폭리듬을 맞춰가며 맨발로 마을을 향해 나란히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희씨, 근데 저 아저씨 아니걸랑요?”

“예, 알아요 아저씨. 태오씨~”



등 뒤에서는 맨발의 그녀가 들고있는 장미꽃다발이 뒤따라오는 우리의 발자욱들을 보며 미소짓는 것만 같았다.

하늘에서는 체로키족 세쿼이어추장이 형제들이라 불렀던 동물인 매 한마리가 그녀의 눈망울처럼 푸른 창공을 회전하고 있었다.




2004. 9. 6. 어랍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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