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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먼저고, 물질은 필수다
산업화 이후로 지구문명은 쓰레기를 창출하는데 더 열중하는거 같다. 나부터도 하루에 무엇을 창조하기 보다 쓰레기를 창출하는데 일조하는 양이 훨씬 많다. 편리와 기호라는 이유로 하루동안 사용하는 과자봉지, 음식잔반, 담배갑, 꽁초, 휴지, 드링크, 술병 등 일상용품이나 위생도구, 기호식품 따위를 모은다면 종량제 봉투를 10리터는 채울 정도니 말이다. 나름대로 문화예술을 향유한다고 자부했던 랍쇼가 강원도 화천에 살면서 산과 들과 꽃과 강에 둘러쌓여있으면서도 한 줄의 詩도, 흑백의 그림도, 한 소절의 흥얼거림에 인색하다니 스스로 놀라울 따름이다. 손톱깍을 때마다 손톱만한 그림이라도 그리고 이발할 때가 될 때마다 종이접기를 하거나 카드전표에 싸인이라도 하는 날이면 일기나 詩, 작사라도 시도해야 할까보다. 창작이야..
인간은 생물분류상 포유류이며 동물이긴 하지만 스스로들 동물이라고는 평소에 염두해 두지 않는 것 같다. 뭔가 동물과 다른 차별적 우월성이 의식에 배어있다. 간혹 동물이나 곤충, 식물로부터 배울 점이 있을 때나 논리상 비교하기 위해 인간이 동물임이 언급될 뿐 그리 일상에서는 동물이 아닌 그냥 인류로 상정된다... 일상에서 스스로 동물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한데 '동물적 본능'이라는 숙어로 쓰이곤 한다. 어떨 경우? 이성적이지 않아 실수했거나, 육욕이 앞선 상황으로 곤욕스러울 때 핑계용으로... "순간 이성을 잃었다" "나도 동물이지 않느냐" "본능에 충실했었다" 등등의 이유를 대며. 이건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여~ 오늘, 동물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가늠해보니 동물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인간애완..
생명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은 언제나 변하지만 변치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만물의 존재가 '늘 지금 여기'라는 진실 뿐일 것이다. 우리들은 먼지같은 시공간의 한 점에서 허공같은 우주를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먼지와 허공을 뒤바꿔도 상관없음) 삶이란 평생 늘 오늘만 살아온 영혼이 꿈에서 꿈을 꾸며 만나본 적도 없는 내일을 머리와 어깨에 짊어지고 살겠다고 아둥바둥하는 것이다. 막연한 내일의 희망과 행복, 계획과 성취를 위해 너무도 물질적인 이 오늘을 과하게 혹사시키지 말자... 존재에게 있어 중요한 건 존재케 하는 존재가 바로 '지금 여기의 나'라는 것 뿐이다. 꿈깨자 오늘 아니면 사실....국물도 없다!
내 살(肉)들 중 가장 부드러운 나의 혀는 부지불식 중에 내 몸 중 가장 딱딱한 어금니를 늘상 살펴본다. 스다듬기도 하고 찔러보기도 하고 구조를 파악하기도 한다. 블랙홀같은 충치가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어금니에 공생하는 충치는 음식물 찌꺼기를 자주 탐하는데 도구를 이용하여 뺐기라도 할라치면 히드라*처럼 피를 뱉기도 한다. 내 몸의 일부로서 지난 근 4~5년간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냈건만 신경만 계속 쓰이고 어째 친구같지는 않다. 뽑으면 그만인 것을 굳이 지금까지 같이 다니다니... 그러고보니 에고ego라는 놈도 충치와 비슷한거 같다. 내 마음과 일상에서 나를 신경쓰이게 하는 모든 것은 이 히드라같은 에고에서 비롯됐건만 쉽게 놓질 못한다. 아직은 적인지 친구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모호한 관계인거..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이게 하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모여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방문되고 결국 많은 칭찬과 비난을 듣게 되며 결국 많은 보람과 반성을 갖게된다. 또 몇달이 지나자 다시 고민을 반복한다. 또 몇달이 지나자 다시 성공과 실패를 맛본다. 몇 년간 내 삶의 밖은 축제지만 여전히 내 삶의 안은 고요하다. 이 안팍이 바로 나의 삶이다. 2007. 1. 20 산천어축제에서 -축제플래너 어랍쇼-
비유하자면....세상이나 삶이라는게 마치 민감한 거미줄 같아. 나의 생각과 마음상태와 감정, 행동들로 인해 여기저기 퍼지는 거미줄의 가느다란 떨림들처럼 그것을 감지한 사람들끼리 서로 모이게 되어있고 서로 영향을 더 주고받고 하는거일테지. 하지만 중요한건 그 거미줄역시 자신이 친 집일 뿐이라는거야 감정의 떨림을 느끼고, 죽자사자 아옹다옹 싸우고하더라도 결국 거미의 입장에서는 집이 도구일뿐이지 존재 자체는 아니거든 문제는 굶어 뒤지더라도 거미줄위에서 삶을 보내고 있는 이는 바로 나라는거지. 거미줄을 뽑아내고 그 위에서 세상에 대한 주체적 자각성을 갖는 것 그게 바로 스스로에게서 독립한 자가 아닐까 해. 그럼, 세상에 두려울게 도대체 뭐가 있는거야? - 쭈와의 채팅대화에 글살을 더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