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엽편 (3)
마음이 먼저고, 물질은 필수다
세쿼이아 대작전 [上 ] 오늘은 내가 두 달 동안 지켜보던 그녀에게 용기내어 작업들어갈 운명의 날이다. 그녀는 내가 일하는 카센터 앞 미용실에 견습생으로 들어온 미스차다. 미스차는 귀여운 얼굴에 귀여운 패션, 귀여운 헤어스타일로 첫눈에 나에게 어필했다. 특히 입가의 미소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또한 두 눈엔 오렌지가 담긴 듯 늘 상큼함이 넘실거렸다. 나는 첫 눈에 반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소심한 놈이라서 두 달동안 너무도 괴로웠다. 고백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남들 다 하는 평범한 데이트 신청은 싫었고 그녀만을 위한 기억에 남는 대시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자동차 드렁크에 풍선과 한아름의 꽃을 담아 프로포즈하려고도 했지만 너무 유치한 것 같았고 기름때 묻은 차돌이라며 거절할..
그 놈은 맛있었다 나는 오늘 회사에서 일찍 퇴근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냥 퇴근이 아니라 영원한 퇴근이다. 이번 여름 신제품개발 프로젝트로 회사에 큰 손실을 입힌 탓이었다. 변두리 원룸자취방에 쳐진 어깨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앉혔다. 소파도 주인의 무거움을 아는지 여느때보다 깊이 나를 안아주었다. 열대야때마다 나의 갈증을 적셔주던 냉장고는 오히려 슬금슬금 나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다가섰다. 냉동고를 열었다. "빌어먹을!" 냉동고안에는 내 따귀를 때린 '그 놈'이 꼬리를 내린 채 들어있었다. 나는 배스킨라빈스 신제품개발부 연구원이었다. 본사는 각 대륙과 인종, 국가에 맞는 트랜드에 맞춰 신제품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데, 나 또한 브랜드파워만을 믿은 채 무조건적인 문어발식 확장을 꾀..
벌거숭이 태오는 광학물리학자이면서 변태성욕자였다. 빛에 대한 그의 솔직한 탐구입장은 뉴턴의 입자설도 호이겐스의 파동설도 아니었다. 오히려 양자역학에서 증명한 입자파동설처럼 과학적으로는 자신의 명예를 충족시켜주는 주제였으며, 동시에 자신의 은밀한 변태성욕을 충족시켜주는 소재였다. 빛의 성질인 반사와 굴절은 그에겐 명예와 성욕이란 말과 등치했던 것이다. 태오는 빛에 대한 오랜 애무와 연구 끝에 옷을 투시하고 사람의 알몸을 볼 수 있는 렌즈를 발명했다. 원리는 간단했다. 자외선과 적외선의 파장을 이용하여 면이나 화학섬유로 구성되어 있는 의류는 비닐옷처럼 투명하게 보이도록 투시하지만, 자체적으로 열을 방출하는 사람의 피부는 가시광선의 파장으로 반사해내는 원리였다. 태오는 먼저 테스트를 하기 위해 엉성한 디자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