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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먼저고, 물질은 필수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화천엔 눈을 돌리는 곳마다 나무와 산이 있다. 오늘도 출근하는 동안 수천억만그루의 나무를 보았다. 모두 제각기이지만 동시에 모두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사람인 우리도 마찬가지같다. 모두 제각기이지만 동시에 모두 행복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근데 자라면서 뻗고있음에 착목하기보다는 자신의 키나 굵기, 색깔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바람에 사방팔방 펄럭이는 생각이라는 이름의 나무가지와 잎사귀가 자신의 전부인양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한다. 그러나 생각은 나를 규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생각과 언어 이전의 나를 그 좁은 생각 안에만 가둬놓으려고 한다. 고민과 걱정, 스트레스의 주범은 바로 이 놈의 생각인게 확실하다. 1분만이라도 생각을 멈춰보려 한다. 컵라면 기다리는 시간조..
그동안 너무 자주 드러내놓고 살았나보다. 공유, 병렬, 수평의 시선으로 살고 싶어였기에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었으리라. 이제 말수가 줄고, 표현에 자체검열도 생기고, 비밀이 생긴다. 더 큰 공유, 더 많은 병렬, 더 넓은 수평의 시선을 가지려하니 이 또한 당연한 과정인 듯 싶다. 보이고 들리는 것들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까지 품으려 할수록 고독은 짙어진다. 그래도 모두 함께 같이 가야한다. 어머니 대지는 늘 우릴 놓아주려 하지만 그래서 인간은 다시 맨발로 태어나나보다. 물처럼 살아야하겠지만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말수가 줄었다. 그렇게 대화하길 좋아하더니 혀도 입도 이제 지쳤나보다. 화천오지에서 혼자사니 말벗도 없어 더 그런지 모르겠다. 대신 묵언수행하듯 혼자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런 랍쇼가 스스로 바보같을 때도 있다. 심지어 자기전 노트에다 누군가와 필담까지 나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해도 뜻이 서로 달라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보다 말이 없어도 감만으로도 서로 이해가 되는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 뿐인 것 같다. 랍쇼는 요즘 고독하지만 외롭지는 않다. 혼자지만 매일 홀로가 아니다. 그 누군가가 고맙고 그 누구들이 고맙다. 침묵은 고행이 아니라 내 나이만큼 함께한 친구를 만나는 일이다.
illust by arapshow.com 그리움은 손톱같다. 보이지 않을만큼만 자기도 모르게 슬금슬금 자란다. 등 가려울 땐 시원하겠지만 가슴 저밀 땐 아플 수도 있다. 스스로 상처내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