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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답을 알고 있다

어랍쇼 2005. 6. 10. 12:27

막걸리는 답을 알고 있다

자연과 인위의 조화에 대한 랍쇼의 농(弄)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의 생각이나 음악의 파장에 반응하여 물결정이 변형되는 사진들이 담긴 책이었다.

자연과 생명, 정신과 물질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사춘기때보다 더 강하게 고개를 들던 30대에 보게 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시사점과 확신을 심어주었다.

태양계에서 유일하게도 표면의 대부분이 물로 이뤄진 별인 지구-수구가 아닌 지구인게 아이러니하다-에서, 게다가 대부분이 수분으로 이뤄진 생명체들이 모여 사는 지구에서 물이 이처럼 인간의 마음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현대문명의 많은 사람들은 부과 명예, 권력 등 물질중심적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행복의 척도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인류 누구나 마음은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지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짧은 문장의 핑계하나로 꿈은 꿈으로써만 잠재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만질 수 있는 물질적 행복의 가치관이 인류문명의 주류인 현실에서 “물은 마음에 반응한다”라는 짧은 문장의 명제는 내게 가히 혁명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물처럼 살아라”는 위대한 선인들의 의미심장한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미 평범했던 우리 조상들은 정화수 한 사발에 백년해로를 서약하거나 지극정성으로 가족의 안녕과 국운을 빌었던 민족이었다.

우물물이나 깊은 계곡 샘물을 길어 소망을 기원하며 하늘과 소통했던 땅의 인간들은 그러나 이제  콘크리트 빌딩의 숲속에서 쇠붙이차를 타고 아스팔트를 달리며 플라스틱병안에 담긴 생수를 돈주고 사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은 자원과 식량의 개념으로 바뀌어 있고 계곡과 바다는 휴가철 쉼터로 전락해 가고있다.

오염으로 파괴되는 자연환경과 생태계는 연일 신문에 게재되고 있고, 자연을 살리자는 환경운동은 웰빙과 친환경, 천연이라는 이름의 세련된 비즈니스모델이 되어 그 순수성이 변색되는 경우도 보인다.


구름, 나무, 공기, 물 등 자연이 만든 것들은 스스로 자라고 순환하며 생명유지의 절대필수요소이자 공짜지만, 인간이 필요에 의해 만든 것들은 스스로 자라지도 못 할 뿐더러 생명유지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이 거의 전부이다. 그런데도 돈으로 비싼 값어치를 지불해야하니 인생은 스스로 고달퍼지기까지 해진다.

돈벌기 위해서 자연을 소유하려 애쓰고 개발하면서도 자연과 비슷하게 만들려 또 돈을 투자하거나 웰빙을 추구한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문명의 진보인가.


그러나 나는 물이나 자연이 지구역사상 한번도 더러워진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보이는 물질의 문명추구만이 행복의 전부인양 믿은 채, 흔하고 보이지 않는 자연과 정신문명을 무시해 온 부패한 파워엘리트들과 몰지각하게 그들을 부러워하는 인간들에 의해 인위적인 불순물이 상대적으로 많아져서 깨지게 된 자연과의 불균형 상태일 뿐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나는 인간이 가해자이고 자연이 피해자라 여기지 않는다. 어머니 지구와 인간의 부조화에서 오는 문명사의 일시적인 두드러기 현상들이라 보기 때문이다.

물이 지구의 일부인 인간의 마음에 반응을 하듯, 물이 스스로 정화능력을 갖고 초심으로 돌아가듯 인간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가 지구와의 교감을 통해 조만간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주는 스스로 본디 그렇게 존재해왔으며 물처럼 무한히 흐르고 인간처럼 완벽히 조화로우니 말이다.


http://food.dcinside.com/global_images/alcohol02/sh080205_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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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선에서 보자니 막걸리란 놈은 참으로 조화로운 음식인 것 같다.

물은 물이되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곡식과 누룩을 발효시켜 만들어진 인위적인 것이나, 부패하지 않은 채 달작지근한 맛과 기분좋은 반응으로 인간에게 노동의 피로를 덜어주는 존재이니 말이다.

김치도 발효음식이긴 하나 생존의 주식인 밥과 함께 하는 반찬의 역할이라면, 막걸리는 생존의 필수요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을 높혀주며 감초같은 역할을 하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라 더욱 얄궂다.


작년 겨울에 강원도 화천으로 이사와서 사는 나는 한창 모내기철인 요즘 논두렁에 편하게 걸터앉아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시는 농부들을 간혹 보게된다. 막걸리를 한 사발 마시며 하늘 한 번 보고, 다시 이앙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논에서 허리굽혀 모를 심으며 땅 한 번 보는 농부들의 모습이 그 옛날 정화수 한 사발에 달을 띄워놓고 정성스레 소망을 빌었던 선조들이 연상되어 더욱 새삼스레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도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막걸리를 한 사발 걸죽하게 들이키며, 자연과 인위가 균형으로 조화된 미래의 지구를 한 번 거닐어보자. 숙성된 막걸리를 통해 성숙한 지구를 느껴보자. 막걸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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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쳐와 생태를 다루는 [월간 이장] 6월호에 실린 랍쇼의 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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