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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_먼저고/랍쇼그리다

스스로 감동먹다

어랍쇼 2005. 4. 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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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 by Jordi El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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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조금 기분이 다운이었다.

퇴근 후에도 알바 할 일이 있었는데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자.

그냥 자버렸다. 한 10시간은 잔 것같다. 졸립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덕분에 오늘 저녁에 몰아서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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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가 아닌 계기를 생각해보니 어랍쇼홈페이지와 내가 운영하는 싸이클럽 때문에 시작된 듯하다.

까페와 클럽 커뮤니티임에도 불구하고 나만 열라 게시물 올리고 리플을 기다리는 꼴이라니

물론 애초부터 기대를 갖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왜냐면 랍쇼는 네티즌을 믿지 않거든.

그러나 어제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의문도 들고

랍쇼가 이러한 것들을 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욕구에도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어느정도 공개되는데 정작 상대방들의 반응이나 마음은 거의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조화와 공유, 진보를 말하지만 정작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나의 힘을 빠지게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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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선생님의 홈은 커뮤니티도 아닌데도 매일 수백명이 들러서 수십명이 글을 남긴다.

비교할 분은 아니지만 항상 반성의 자세가 되어 있는 나로서는 곰곰히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지속적인 작품활동, 지명도, 유명세, 입소문 등등 여러 단어들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 참여와 파워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감동'이라 판단된다. 음...

선생님은 일상에서나 작품에서나 실천에서나 추구에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일부로 감동을 전달하려 의도하시기 보단 사람들이 스스로 감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그냥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이야기할 뿐이시지만

그 단어들과 문맥과 행간 사이사이에 묻어있는 마음과 의식은 읽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히 감동의 파문을 일게 하는 것 같다.

선생님의 의도와 무관하게 자기 마음대로 오해의 해석을 했어도 말이다.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에 독자가 필요한 만큼보다도 더 감동이 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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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한 채 짓기 위해서는 못 하나 벽돌 하나 일일히 매일같이 정성으로 쌓고 조이고 박아야 하듯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매일같이 자신의 의식과 마음을 정성으로 '그 무엇'을 향해 발라야 한다.

각자가 추구하는 그 무엇을 향해 시선과 의식과 마음을 바르고 바르다 보면

어느새 그 무엇은 지향점이 아닌 바로 자신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것도  전보다 두껍고 넓고 튼튼한 자신이.

그러나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상식일 뿐이다.

그 매일같이 정성을 다 한다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순간, “절실하되 심각하지 말라”는 게이트님의 말이 떠오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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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랬던 것이다.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감동받기 위해서는 바로 장인정신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으흐~

아름다움의 완성을 위해서 묵묵히 노력의 시간을 투자하고,

남이 알아주던 말던 곧 죽어도 자기의 세계와 방식을 사랑하는 자세.

어찌보면 현대에선 촌스럽고 융통성없는 바보라 불리만한 그런 고루한 정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감동받지 못하는데 무슨 목표가 있을 것이며 반응이 오겠는가.

얄구즌들로부터 리플과 업데이트를 기대하진 않지만 일방적인 소통구조는 바로 나 때문인 것이었다.

마당에 돗자리만 펴놓고 놀라고 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참여와 자치는 공간의 문제도 아니요, 주관자와 참여자의 기획력과 의식수준 문제도 아니요,

바로 감동의 여지 문제라 판단된다.

감동이 없으면 참여도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고, 감동이 없으면 재미의 가속도도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감동과 재미가 발하지 않는다면 혼자던 함께던 조화와 공유, 진보가 이뤄지겠냔 말이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 스스로 감동하는 자세로 사는 생활도인, 생활장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랍쇼는 이외수선생님의 그림자를 뒷따르는 제자이기 보다는 스스로 감동하는 길에서의 후배이자 도반이고 싶다.

‘그 바닥에 그 선수‘로 불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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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 칼로 다듬지 못하고 이 쉬운 걸 이리 주저리 떠드는 걸 보니 역시 랍쇼는 아직 멀었구나. ^^

그래도 오늘 나는 나에게 감동먹었다.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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